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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경제 분석

러-우 전쟁은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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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군복무를 하던 중 러우전쟁이 발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21세기에 전쟁이라니...'라는 생각과 동시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나와 같은 처지의 많은 청년들이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국가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개죽음을 당하겠구나 하며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그랬던 전쟁이 벌써 일년 반 정도 지속되고 있다. 처음에는 키이우와 동부 전선 양 측에서 공격이 진행됐는데 키이우 시가전의 어려움과 수도 수호 의지가 강한 우크라 군과 시민들의 저항으로 인해 러시아는 동부 전선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러한 결과 바흐무트에서의 대격전을 비롯한 많은 전투 끝에 다음과 같은 전선이 생겼다.

 이는 1월 즈음의 정보이긴 하지만 이후 바흐무트를 완전히 탈환하지 못한 것과 6월 대반격을 시작했음에도 1차 저지선도 제대로 뚫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선과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지역의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고진의 바그너 그룹의 쿠데타 시도 등이 있었지만 전선에 큰 영향을 주진 못했고 우크라 군이 대반격을 진행하는 동안 러시아 군 역시 3중에 달하는 방어선을 구축했고 역사적으로 방어에 강한 러시아는 생각보다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며 우크라 군이 서방으로부터 지원받은 전차를 비롯한 보병 전력 일부를 잘 방어하고 있다. 

 

우크라 군이 서방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음에도 왜 대반격이 부진한 것인가?

 

원래 공성전은 수비하는 쪽이 유리하고 공격하는 쪽의 전력이 3배는 많아야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오늘날의 전투는 기술의 격차를 생각해야 하지만 시간은 러시아의 편이었다. 러시아는 급할 것이 없다. 허나 우크라는 대부분의 전력이 서방으로부터의 지원으로 비롯된 것이었고 2024년에 미국 대선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우크라는 서방에 성과를 보여줘야 했다. 그러다보니 무리하게 포병과 공중 지원 없이 전차와 보병을 중심으로 진격했고 방어선이 잘 구축돼있고 공중 전력에서 우세함을 지니고 있는 러시아는 손쉽게 진격을 막을 수 있었다. 서방 전차의 30% 가량이 파괴되었다는 소식까지도 퍼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는 나토 가입 열망을 여전히 보이고 있었고 나토의 지지부진한 모습에 전례없고 터무니 없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를 본 미국과 영국의 고위 인사들은 우리는 아마존이 아니며 달라는 대로 줄 의무가 없다는 의견을 표시하며 우크라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것은 곧 서방 내부에서도 무기 지원에 대한 반대 의견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면서도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전쟁을 빠르게 끝내고 싶어하는 의중을 들어낸 것이라 생각한다. 

 

2024년에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은 셈법이 복잡해진다. 바이든을 비롯한 민주당은 여전히 우크라를 지지한다며 지원이 계속될 것이라 밝혔고 트럼프를 비롯한 공화당은 하루빨리 전쟁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 밝혔다. 허나 누가 대통령이 되든 한 가지 생각해야할 것이 있다. 우크라이나가 엄청난 지원에도 결국 성과를 오랫동안 내지 못한다면 미국 마저도 아프간처럼 10년 20년 끌고 갈 생각은 없을 것이다. 세계 경제도 어려운 데다 미국의 항공기 혹은 대량살상무기 지원으로 인해 러시아가 폴란드, 몰도바 등으로 전선을 넓힌다면 정말 전면전을 감행해야할 수 있고 이는 러우 대전에 무기를 지원해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기 때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의중은 확실하다. 모든 영토를 수복하고 나토 가입 혹은 이에 준하는 안보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크림반도를 포함) 허나 나는 이 전쟁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우크라이나의 바램대로 끝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첫째, 영토 수복 문제는 결국 본인들이 해야하는 문제다. 아무리 무기를 지원해줘도 영토 수복은 본인들의 육군이 깃발을 꽂아야할 문제다. 러시아가 이미 벌인 전쟁을 포기하겠는가. 여기에서 크림반도까지 들먹이는 것은 전쟁을 끝낼 생각이 없다는 것 같다.

둘째, 나토 가입 혹은 이에 준하는 안보 보장 요구 역시 쉽게 되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의 나토 가입을 막기 위해 전쟁까지 벌인 러시아를 보면서 어떤 나토 국가가 우크라 가입에 환영하겠는가. 이에 준하는 안보 보장 역시 실제 러시아가 재침공한다면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가 핵을 포기할 때 안보 보장을 해주겠다고 한 약속처럼 말이다. 

반면 러시아는 지금 당장 전쟁을 끝내도 큰 무리가 없다. 푸틴 입장에서 영토도 넓히고 본토와 크림반도를 연결짓는 회랑도 얻었고 피해는 크지만 표면적으로 얻은 것이 있는 전쟁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전쟁을 통해서 서방에게 더 이상의 나토 동진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중 표현이자 결연함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어찌됐든 푸틴 입장에서 여기서 종전이 되더라도 정치적 명분이 있다는 것이다. 

 

많은 매스미디어에서는 우크라 드론이 러시아 전차를 파괴하는 영상, 미사일로 러시아 기지를 폭격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우크라 군이 잘싸우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이상하지 않은가. 이렇게 잘 싸우고 있다면서 전선에는 변화가 크게 없으며 젤렌스키는 조급해하며 나토 가입이 지지부진해지자 자국을 도와준 나라에게 치욕스러운 언행을 날렸다. 

이번 전쟁을 통해 언론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진실을 보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다시금 깨달았다. 

 

러시아는 이번 전쟁을 통해 세계의 악당이 되었고 욕심에 가득 찬 독재 국가로 되었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해 어떠한 서방 언론도 우크라이나의 네오나치 행위에 대해 심도있게 다루지 않았고 대중에게 알리려 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에 남아있던 러시아인들이 실제로 받았던 핍박과 학살 현장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러한 학살을 주도했던 아조프 연대는 나치즘에 빠진 민족주의자에서 전쟁 영웅이 되었고 이를 묵인했던 젤렌스키는 자국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능력있는 지도자로 탈바꿈했다. 아무도 이러한 사실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미국은 어떤가. 결국 이번 전쟁이 일어난 이유 역시도 나토의 동진 때문이었고 이번 전쟁으로 인해 군수 산업은 엄청난 혜택을 얻었고 견제해야할 대상인 러시아의 힘을 빼며 손 안대고 코 풀고있는 실정이다. 각종 제재와 침략국이라는 이미지를 씌우며 미국은 다시금 세계를 수호하는 경찰이 되었다. 냉철한 정치외교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이번 전쟁은 결국 우크라이나의 바람대로 끝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전쟁을 바라보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권선징악'도 아니고 '조국수호 의지가 강한 국가가 승리한다'도 아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냉철하게도 모든 나라는 자국 이익대로 행동하므로 모든 행동의 그 원인과 목적을 의심해봐야한다. 미국도 서방도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것은 공동의 적인 러시아의 힘을 뺄 수 있는 기회였기에 지원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전쟁이 장기화되고 감당할 수 없는 정도 즉, 여러 측면의 셈법에서 자국에게 손해라고 생각되면 중단할 것이다. 서방의 지원없는 우크라이나가 어떻게 되겠는가?

 

젤렌스키와 푸틴 모두에게 묻고싶다. 이 전쟁을 지속해서 뭘 더 얻을 수 있는가?

 

양국 지도자 모두 전쟁을 끝낼 수 없어 마지못해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푸틴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빠르게 전쟁을 끝내려 했을 것이고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2024년 대선 전 혹은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을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당연히 침략을 당한 국가기 때문에 국토를 회복해야만 끝내겠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당연한 스탠스다. 그러나 너무 냉정한 말일 수 있으나 그렇게 무리하게 전쟁을 이어나가서 영토를 회복한다고 한들 이득일까? 자국 젊은이들 다 사지로 내몰아서 얻은 영토(루한스크, 돈바스)는 결국 어차피 러시아인들이 주로 살고 자치령에 가까운 영토였고 본인들이 네오나치즘을 행해서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들에게는 인식도 안 좋아 지지 받기도 힘들 것이다. 물론 서방이 빵빵하게 지원해주고 있기도 하지만 언제까지 그 지원이 이어질 것이며 결국 사상자가 나오는 것은 자국민일텐데 무엇을 더 얻으려 하는가. 

 

이제는 우리나라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만에 하나 북한과의 전쟁이 일어난다면 조중동맹조약으로 인해 중국이 참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전쟁에 도움을 받은 러시아 역시 북한과 일종의 조약 혹은 지원을 약속했을지 모를 일이다. 즉 신냉전의 이데올로기 싸움이 한반도에서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그럼 어떠한 전략을 세워야 할까?

나는 대만의 고슴도치 전략을 참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만은 세계 반도체 시장을 거머쥐고 있다. 중국의 침략으로 대만이 전쟁에 빠진다면 반도체 공급이 필수적인 미국을 비롯한 서방 산업이 멈추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미국과 서방은 대만을 지킬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서방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어야한다.(만약에 삼성이 tsmc의 자리를 위협하고 대체할 수 있게 된다면 대만의 안보 보장이나 지위는 어떻게 될까 궁금하긴 하다..) 더 나아가 중국과 러시아에게도. 물론 쉽지 않겠지만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다. 꼭 산업적인 측면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가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과 목소리를 키워가야한다는 뜻이다. 참으로 어려운 국제 정세 속에서 자국의 이익만을 바라보며 앞으로 걸어가는, 지독하지만 결연한 지도자가 우리나라의 대통령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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