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세계 원유의 1/4을 소비하는 국가다. 물론 그만큼 생산 능력도 있지만 지금까지는 중동과의 관계를 유지하며 석유를 수입하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안보(동맹, 무기 판매)를 책임져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역학 관계는 셰일 혁명으로 인해 아예 뒤바뀌어버렸다. 셰일 가스는 쉽게 말하면 셰일 층에 있는 가스를 채굴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단단한 셰일 층을 부수고 가스와 원유를 생산하는 방식이 오히려 채산성이 낮아서 선호하지 않았는데 수압파쇄법을 발견해 셰일 층에 있는 가스와 원유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수압파쇄법은 물을 모래와 특수 화학물질과 함께 매우 높은 압력으로 분사하여 가스와 원유를 채굴하는 방식이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셰일가스 유전마저도 다량 보유하고 있던 미국은 단숨에 세계 1위 산유국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산유국들이 골치 아프게 된다. 특히 사우디와 러시아처럼 에너지에 국가경제가 집중돼있는 나라들은 opec을 통해 감산 혹은 가산을 합의하며 각국의 이익을 추구해왔는데 난데없이 미국이 원유 생산을 급증하니 가격통제가돼지않았고 그들이 유가를 올리기 위해 그들은 합의 하에 감산해왔으나 미국이 등장해 공급을 풀고 이익을 챙겨간 것이다.(실제로 2014년부터 러시아는 경제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함, 그 이유로 1. 원유 증산을 통한 유가 하락 2. 긴축 국면 3. 크림반도 병합 등으로 인한 국제 제재) (대표적인 중동의 친미국가였던 사우디는 이때부터 미국과 사이가 안 좋아짐) 그래서 산유국들은 미국의 셰일 기업들을 파산시키기 위해 치킨게임에 들어간다. 무슨 말이냐면 셰일 기업들은 위에서 언급한 시추 방식 등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가서 은행이나 국가로부터 많은 돈을 빌렸다. 즉 그들은 채무상환 의무기간 안에 이익을 내야하고 그렇지 못하면 빌린 돈을 갚지 못해 파산할 것이다. 그래서 사우디와 러시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은 유가를 낮춰버리면서 셰일기업들을 파산시켜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겹치면서 원유 수요가 줄고 예상보다 가격이 더 떨어져버렸다. 원유 가격이 내려가면 산유국들은 돈을 그만큼 못 버는 것이고 건설업, 플랜트 발주 등이 취소되고 원유 수요가 줄어드니 원유 선박 이동 등도 줄어들면서 경제가 안좋아질 수 밖에 없다.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29/2020062901193.html
美 '셰일혁명 선구자' 체사피크, 결국 파산보호行...'석유업계 줄도산 신호탄'
美 셰일혁명 선구자 체사피크, 결국 파산보호行...석유업계 줄도산 신호탄
biz.chosun.com
실제로 코로나 때문에 많은 셰일 기업들이 파산을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을 도운 건 러시아였는데...
파산 내몰렸던 美 셰일업계, 에너지 가격 상승에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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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쟁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큰 의미를 지닌다.
1. 유가 상승 >> 미국의 셰일 기업들 회생
2. 국제 에너지 공급망에서 러시아 배제 >> 그 자리를 미국의 LNG가 채우고 있음
유가는 상승했고 정작 러시아는 국제 제재로 인해 정상적으로 거래할 수 없는 상황이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5381553
그래도 러시아가 전면전은 감행 못 할 경제적 이유
■ 우크라이나 도발의 원점 '2014년'으로 돌아가기 첫 단추는 2014년에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크림 반...
news.kbs.co.kr
보기 좋게 틀린 예측이지만 러시아 경제 분석에는 일리가 있는 기사다. 우크라전쟁이 어떻게 끝맺음 짓는지도 중요한 문제지만 에너지 패권만 가지고 얘기해보자면 러시아가 현 점령지를 병합하면서 종전하든 서방의 지원으로 더 장기전이 되든 러시아에게는 뼈아픈 전쟁일 것이다. 이번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는 더 고립되면서 반강제적으로 중국과 경제적으로 유착할 수 밖에 없게 되었고 이것은 곧 국가 경쟁력의 하락이다. 지금 당장은 서방 기업들의 빈자리를 중국이 채워줘서 고맙겠지만 러시아 내 중국인과 중국 기업의 이미지가 그렇게 좋지도 뿐더러 LG, 삼성의 가전 제품과 현대차를 타던 러시아인들이 이제는 울며겨자먹기로 중국산 제품들을 써야하는 상황이다. 시장 경쟁력 차원에서도 뼈아픈 일이다.
결국은 미국이 또 미국해버린 꼴이다. 전쟁이 끝나도 유럽에서 러시아의 가스관 밸브가 열리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뿐더러 러시아 포비아가 생겨 에너지를 러시아로부터 의존하지 않으려할 것이다. 빈 자리는 누가 채우겠는가. 이제 미국에게 중요한 것은 사우디와의 관계다. 현재 사우디는 페트로 위안 달러 시스템도 도입하고(이전 게시물 참고) 중국과 친밀해져 해군 합동 훈련도 할 정도이다. 물론 빈 살만이 똑똑한 양반인만큼 아예 반미 체제로 가진 않을 것이고 현재 중동에서 시리아, 이란 등과 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미국 역시도 10년, 20년 내내 원유 생산을 이정도 수준으로 유지할 것인가는 의문이다. 저유가 시대가 오면 셰일 기업들은 또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고 그 전에 재생에너지의 채산성이 상승하면 에너지 패권은 또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확실한 한 가지 사실은 미국은 패권을 쉽게 놓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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